코스 ㅣ COURSE


국내&국외[영남 트레일①] 동래베네스트골프클럽

노수성
2026-06-16
1971년 개장. 현재 600개소에 달하는 국내 골프장 중 8번째로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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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베네스트. 사진 제공 | 동래베네스트


내비게이션에 ‘동래베네스트’를 넣었을 때 도심 한가운데 있어 놀랐다. 부산 지하철 1호선 남산역에서 1.1km. 자동차로 5분 이내 거리다. 이번 일정에서 동래는 가장 마지막 목적지였기 때문에 방문 전날 골프장 인근에 묵었다.


골프장으로 여유롭게 출발했고, 지하철역이 눈에 들어오고 우회전을 하니 바로 이정표가 나왔다. 나무가 우거진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는가 싶었는데 바로 클럽하우스가 나와 또 놀랐다. 많은 골프장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진입로가 짧고 접근성이 좋은 곳은 또 없을 것 같다. 굳이 비교하자면, 같은 삼성 계열인 경기도 군포 소재 안양 정도. 두 골프장 모두 1960년대에 부지를 확보하고 코스를 조성했기에 가능한 조건이었지 싶다. 


동래베네스트골프클럽 강신권 부지배인이 “직원은 역에서 골프장까지 걸어오기도 한다. 지름길이 있다”라고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강 부지배인은 반가운 얼굴이다. 안양에서 처음 안면을 텄고, 가평으로 옮겼을 때도 간헐적으로 안부를 주고받았다. 동래에는 지난가을에 내려왔다고 한다.


클럽하우스에 도착해 사진 두 장을 찍었다. 한 장은 클럽하우스 출입문을 향해, 다른 한 장은 클럽하우스 안쪽의 클럽챔피언 보드를 향해. 출입문을 똑바로 바라보면 투명한 문 너머 산허리에 촘촘히 들어앉은 집과 빌딩이 눈에 쏙 들어온다. 느낌으로는 약간 긴 파3 홀 거리 정도로 보인다. 


‘클럽챔피언’ 보드는 꽤 오랜만에 보는, 전통 회원제 코스가 가진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여성 로커룸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이 보드를 통해 동래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읽어낼 수 있다. 동래는 1971년 개장했다. 55년 전이다. 현재 600개소에 달하는 국내 골프장 중 8번째로 문을 열었다.


“클럽챔피언 대회는 개장 때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는 동래의 전통이자 역사”라는 게 부지배인의 설명이다. 1972년 개장 당시 김본제 회원이 초대 챔피언이 됐고, 지난해는 김기서 회원 몫이었다. 명예의 전당에는 3명이 올라 있다. 김원규(1979~81년), 김철수(2014~16년), 이춘환(2017~19년) 회원. 각각 클럽챔피언에 3회 등극한 이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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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 베네스트 홀. 


동래의 클럽챔피언 대회는 해마다 6월에 열린다 올해는 6월 29일부터 7월 2일까지다. “클럽챔피언 대회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 기간에 예약도 적게 받으면서 출전 선수 연습 기회를 늘리고 최상의 코스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코스관리팀 김종경 수석의 말이다. 지난해는 한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국내 개막전인 두산위브챔피언십을 치를 때처럼 빠른 그린 스피드를 유지했다. 평소 그린 스피드는 3.0m를 유지한다. 한여름에만 잔디도 숨을 쉬게 예고를 높여 2.8m 정도 된다. 동래처럼 챔피언 대회를 4일 동안 진행하는 곳은 많지 않다. 챔피언에 대한 예우는 수시 예약과 카트에 챔피언 표시를 하는 정도. 그럼에도 챔피언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잔디 상태가 가장 좋지 않을 때 방문했다.” 김 수석이 아쉬워했다. 동래는 사철 푸른 잔디를 유지하는데, 비결은 덧파종이다. 10월에 서양잔디인 라이그래스 씨를 뿌리고 3월 말부터 서서히 죽이는 일정을 짠다. 라이그래스가 수명을 다해 죽고 중지가 올라오는 시기가 바로 골프장을 방문했던 5월 말이다. 코스 곳곳에 약간의 ‘붉은기’가 도는 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티와 그린 상태는 좋았다. 덧파종을 하면서 동래의 잔디는 겨울에도 푸르다. 김 수석은 “티에 인조 매트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티 컨디션과 그린, 페어웨이 색깔도 좋기 때문에 겨울도 확실히 경쟁력 있다”고 강조했다. 투 그린은 디자인 면에서는 평가가 엇갈리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코스 품질만 놓고 볼 때는 장점이 있다. 김 수석은 “투 그린은 관리 차원에서 장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55년 된 골프장이지만 코스 리뉴얼은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획은 없는 듯하다. 오너의 ‘동래만큼은 원형을 지키라”는 주문 때문이다. 골프장은 울창한 숲을 잘 보존하고 있다. 수령 380년 된 모과나무와 향나무 등 아름드리 고목이 도시 풍경을 완전히 차단하고 자연의 아늑함을 준다. 파3 홀 그린을 감싸는 대나무 군락은 아름답고도 이국적이다. 클럽하우스는 2024년에 리모델링을 했다. 밝고 안정적이며 깔끔하다.


동래의 대표 식재료는 죽순이다. 부지배인은 “코스에 대나무가 많아 연간 수확량도 많다”고 했다. “4월부터 5월 초까지는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죽순 요리를 내며 반응도 좋다. 껍질을 벗기고 삶고 독기도 빼야 하는 등 죽순이 식재료가 되려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해 주방에선 힘들지만, 특정 시기만 맛볼 수 있어 감수한다. 회원들이 가져다 바로 드실 수 있게 100세트 정도는 한정 판매하기도 한다.” 제철 별미다. 


4월의 죽순 이외에 동래는 파전도 유명하고, 장어덮밥도 인기 메뉴다. 요즘에는 피자도 많이 찾고, 부산에서 회자되는 ‘모모스커피’도 맛볼 수 있다. 모모스커피는 2026년 ‘세계 100대 베스트 커피숍’으로 선정된 곳이다. 한국에서는 유일한 곳으로 동래와 컬래버를 했다.


부지배인과 김 수석은 골프장을 다시 한번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 ‘완벽한 코스’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을 듯하다. 나도 한 번 더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2박 3일의 마지막 일정이었기에 몸이 힘들어 이 아름답고도 잘 관리된 코스를 충분히 마음에 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선한 바람이 불 때쯤 전화해 안부 겸 라운드도 타진해봐야겠다. 가을의 동래는 또 다른 분위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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