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ㅣ COURSE


국내&국외여름에 더 끌리는, 버치힐컨트리클럽

노수성
2026-07-08
피서避暑 골프의 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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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널드 프림이 설계한 자연 친화적이 코스. 사진 | 버치힐 제공


월요일 오전 티타임을 받았기 때문에 일요일 늦은 오후에 용평으로 향했다. 


지난달 영남 트레일 때도 느꼈지만 일요일의 고속도로 하행선은 정체가 정말 덜하다. 서울 송파에서 강원도 평창의 버치힐컨트리클럽까지는 편도 182km. 휴게소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신 후 허리와 어깨가 약간 뭉친다는 느낌이 들 때쯤 다른 세상이 눈에 들어왔다.


겨울 올림픽을 치렀던 평창은 다양한 숙박 시설을 가진 리조트를 품고 있다, 그 리조트를 대자연이 감싸고 있다. 산이 눈으로 덮인다면, 오래전 방문했던 겨울 올림픽 도시 스위스 생모리츠와 비슷한 분위기가 날 듯했다. ‘빌딩 뷰View’에 익숙한 나 같은 도시 사람에게 이곳은 청량한 눈맛을 준다. 뭉치려던 어깨와 허리 통증이 싹 사라지는 듯했다.


겨울 올림픽 상징 중 하나인 스키점프대를 지나면 하루 묵을 드래곤밸리호텔이 나온다.


6월 중순, 서울에서는 이른 더위에 시달렸지만 이곳은 쾌적했다. 저녁 전에 호텔 주변을 산책할 때는 긴소매나 바람막이를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반소매로는 긴 시간 밖에 머물기 어려웠다. 호텔 인근에서 마주치는 방문객은 하나같이 카디건이나 가벼운 긴소매 옷을 입고 있었다. 현지 정보에 무지했던 나는 후회했다.


“아침에 나오는데 추웠다”고 했더니 버치힐에서 만난 모나용평 스포츠사업팀 김동준 책임이 크게 웃었다. 


“코스가 고지대에 있어서 다른 조건”이라고 했다. 클럽하우스 바로 맞은편에 ‘해발 777m’라고 쓴 표지석을 보고 나서야 실감했다. 해발 100m면 기온이 1℃는 떨어진다. 김 책임은 “발왕산 해발 700m 고지에 자리해 서울 도심 대비 5~7℃ 기온이 낮다“면서 “그래서 한여름에도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클럽하우스 창으로 보이는 코스는 그야말로 ‘자연’에 들어앉았다는 느낌을 준다. 23년의 세월과 임직원의 섬세한 손길로 재창조한 풍경이다. 


버치힐을 운영하는 모나용평은 사계절 리조트 기업이다. 용평은 대한민국 스키 메카이며, 골프장도 45홀을 운영하고 있다. 모나용평은 골프장 발전사에서 ‘최초’라는 칭호를 여러 개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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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치힐은 '남성적' 느낌이 물씬 난다. 사진 | 버치힐 제공


한국 골프장 중 처음으로 서양 잔디를 심었고, 한국 최초로 외국 유명 설계자가 설계한 코스다. 용평 9홀 코스(1985년 개장. 파36, 5146야드)와 버치힐(2003년 개장. 파72, 7000야드)은 로널드 프림Ronald Fream, 용평컨트리클럽(1989년 개장. 파72, 6800야드)은 로버트 트렌트 존스 주니어 Robert Trent Jones Jr 작품이다. 두 설계자 모두 자연 원형을 보존하면서도 전략적인 레이아웃을 짜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 최초로 전동 카트를 도입해 골프장 현대화와 편의성을 동시에 앞당기기도 했다.


‘남성적’이라는 단어가 적절할 듯했다. 라운드하는 내내 든 생각이다.


18홀은 아웃과 인 코스에 각각 남성, 여성 스타일을 입힌다. 이게 일반적이다. 버치힐은 18홀 내내 ‘남성’ 느낌이 강하다. 프림 코스에서 플레이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거친’ 면이 있다. 제주 클럽나인브릿지도 그렇고, 경기도 용인의 아시아나도 그렇다. “치장은 거의 하지 않았다”고 김 책임이 설명했다. “다른 골프장처럼 수목을 이식하거나 예쁘게 꾸미지 않는다”고도 했다.


잔디 품질은 최상이었다. 켄터키블루 그래스 페어웨이 상태가 좋았다. 그린 빠르기도 이상적이었다. 버치힐을 찾았을 때가 한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약 2주 앞둔 상황이었다. 총상금 10억원의 맥콜모나용평오픈. 올해 코스는 파72, 6491야드로 셋업했다.


모나용평은 2015년 첫 개최 이후 10년 넘게 한국LPGA투어의 여름 시즌을 대표하는 대회로 정착시켰다. 2025년에는 고지우가 한국LPGA투어 54홀 최저타 공동 기록(23언더파 193타)을 세우며 우승했다. 현재 미국LPGA투어에서 활동하는 고진영(2015년), 최혜진(2017년)도 이 대회 우승자다. 모나용평은 대회 운영을 통해 코스 관리 역량과 프리미엄 골프장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


버치힐 잔디 상태가 좋은 것은 지리적 요인도 크다. 휴장이 길다. 12월부터 이듬해 3월 중순까지 문을 닫는다. 휴장 기간이 길고18홀 기준 내장객도 적게 받으면서 잔디가 충분히 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럼에도 버치힐도 환경 변화와 관리 비용 상승으로 잔디 교체를 고려하고 있다. 모나용평은 용평골프장 2개 홀을 대상으로 한 한국 잔디 교체 과정을 통해 추이를 보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교체 범위나 대상을 정할 계획이다.


라운드 후 맛본 ‘물회’는 별미였다. 버치힐은 매일 아침 동해에서 수산물을 제공받는다. 활전복과 광어가 대표적이다. 이 횟감으로 물회와 회덮밥을 만들어 제공한다. 버치힐의 시그니처 메뉴다. 물회에는 동치미 국물을 사용해 개운한 맛을 낸다. 고추장을 기본 양념으로 했을 때의 텁텁함은 없다. 곁들인 국수 사리도 넉넉해서 좋고, 쌀밥을 따로 주문해 말아도 좋은 메뉴다.


쾌적한 환경에서 꿀잠을 잤고, 라운드 때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모나용평에서 준 자료에는 ‘봄에는 벚꽃 사이를 가르는 티 샷, 여름에는 짙은 녹음 속 고원의 바람, 가을에는 단풍으로 물든 페어웨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모든 계절에 다시 찾고 싶은 코스다. 단, 아주 늦은 가을은 놉! 추운 건 정말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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